故 백남기 사인 ‘병사‘로 기재한 ’백선하 교수‘진정성·반발·그리고 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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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백남기 사인 ‘병사‘로 기재한 ’백선하 교수‘진정성·반발·그리고 특검
  • 입력 : 2016. 10.04(화) 18:21
  • 박병모 기자
고 백남기씨의 사인을 '병사'로 적시한 서울대 병원 백선하 교수(둥그런 사진)에게 정확한 사인규명을 요구하며 시위 중인 백남기 투쟁본부

우선 백 교수는 사망진단서에 사인을 '병사'라고 기재했으나 지난 3일 함께 기자회견을 한 이윤성 서울대병원·서울대의과대학 합동 특별조사위원회(특위) 위원장은 "외인사로 표기했어야 한다"고 반박하고 나서면서다.
말하자면 이 위원장과 백 교수는 백씨의 사망 원인에 대해 정반대의 의견을 제시한 셈이다.

이 위원장은 이날 서울대병원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백남기씨가 왜 사망했느냐를 한마디로 얘기하면 머리 손상으로 사망했다"며 "저보고 (사망진단서를) 쓰라고 했다면 외인사로 썼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제가 만일 뇌수술을 받으면 백 교수에게 받겠지만, 사망진단서를 백 교수에게 맡기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백씨의 사망 원인을 '병사'로 기록한 사망진단서 역시 대한의사협회의 '진단서 등 작성·교부 지침'과 다르다는 점도 덧붙였다.

그러나 백 교수는 "만약 급성경막하 출혈(뇌출혈)로 최선의 치료를 다 해도 사망에 이르렀다면 외인사로 (사망진단서를) 썼을 것"이라며 "최선의 치료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사망했다고 보고 병사로 표기했다"고 맞섰다.

이에 백씨 유족과 백남기투쟁본부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해 11월 14일 사고 직후 백선하 교수와의 대화 영상을 공개하면서 가능성이 없는 연명치료는 평소 고인의 뜻에 따라 받지 않겠다는 유족들에게 책임을 떠넘긴 셈이라고 주장한다.

백 교수가 백씨를 '사실상 뇌사 상태'로 판정했으며 또 '연명치료를 받더라도 장기부전으로 돌아가실 것'으로 예상했다는 게 그 반증으로 내밀었다.
다시말해 치료를 거부했기 때문에 병사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이가 없다는 게 가족들의 입장이다.

고 백씨 유족과 백남기투쟁본부가 공개한 영상에는 백 교수가 수술을 마친 작년 11월 15일 새벽 가족들에게 “응급실에 막 오셨을 때는 뇌뿌리 반사나 통증 반응이 전혀 없었는데 백 교수가 뒤늦게 나타나 수술을 제안하고 치료를 한 것은 결과적으로 병사로 몰아가기 위한 일련의 시나리오 아니겠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백남기 투쟁 본부는 다음날 4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경찰청장-혜화경찰서장-서울대병원장' 간 연결 고리를 언급하며 의혹을 제기했다.
백남기 투쟁 본부는 "경찰 측이 지난 5월 9일 법원에 제출한 문서를 보면 서울대병원, 혜화경찰서장 그리고 백남기 씨를 수술한 집도의 백선하 교수 간 연결 고리를 잘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투쟁 본부가 근거로 삼는 문서는 지난 3월22일 백남기 씨 유가족이 경찰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 소송 과정에서 경찰 측이 법원에 제출한 해명 자료다.

이 문서에 따르면 작년(2015년) 11월 민중 총궐기 때 백남기 씨가 의식 불명인 상태로 서울대병원으로 후송된 뒤, 당시 구은수 서울경찰청장은 혜화경찰서장에게 연락을 취했다. 병원에 가서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에 혜화경찰서장은 서울대병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백선하 교수로 하여금 백남기 씨를 집도케 하도록 했다고 돼 있다.

"누군가 백남기 씨를 수술하도록 했느냐"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백남기 씨가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 이를 진단한 응급의학과 전문의, 신경외과 교수까지 포함된 의료진들은 백 씨의 소생이 어렵다고 가족들에게 이야기했다"면서 "그런 상황에서 (백선하 교수가) 수술을 해야 한다고 나섰다"고 주장했다.

이미 의사들이 소생 가능성이 없다고 했음에도 수술을 강행한 배경에는 '혜화경찰서장-서울대병원장-백선하'의 연결 고리 의혹이 있다고 인터넷신문 프레시안은 제기하고 있다. 지난 1월, 정용근 당시 혜화경찰서장은 청와대 기획비서로 발령난 바 있다.

조영선 변호사도 "당시 백선하 교수와 혜화경찰서장 간 대화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무엇이 백남기 씨를 수술하도록 했는지 진상을 밝혀야 한다. 이것이 의혹이 풀리는 첫 단추다"라고 주장했다.

다시말해 프레시안은 백남기 투쟁 본부의 주장을 인용하면서 모든 의료진이 가망이 없다고 한 백남기 씨를 뒤늦게 찾아온 백선하 씨가 굳이 수술을 한 점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고,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백 씨의 사고 당시 CT 소견서를 보면 오른쪽 뇌 부분에 급성경막하 출혈이 있었고 하도 질겨서 '경막'이라고 불리는 막이 찢어져 여기저기 공기 방울을 보였다. 그리고 뇌를 둘러싼 뼈는 오른쪽으로 머리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그리고 뒤까지 골절을 보였다. 눈을 둘러싼 부위에도 금이 가 있었다. 전문가들은 백 씨의 당시 상황을 두고 수술을 안 했으면 곧 사망했을 거라고 판단한다.

그러나 고인이 곧바로 사망할 경우, 자칫 당시 민중 총궐기에 참여한 사람들을 흥분하게 할 수 있다는 경찰의 판단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당시 집도의인 백선하 교수가 백 씨의 생명을 연장하는, 즉 뇌압을 낮추는 수술을 진행했고, 이후 백 씨는 열 달 동안 병상에서 의식 불명 상태에 있다가 지난 25일 사망했다는 것이다.

백남기 투쟁본부는 서울대병원 측에 고인의 사망 진단서에 대한 정정을 요청했다.
이들은 "실제 사망 진단서 작성자는 3년차 레지던트"라며 "만약 그가 자신의 소견과 달리 백선하 교수의 지시에 따라 사망 진단서를 병사로 작성했다면 이는 허위 진단서에 해당한다"며 "작성자에 있어서 백 교수의 지시는 외압"이라고 밝혔다.

투쟁 본부가 공개한 사망 당일인 25일 병원 의무 기록에는 "진료부원장 신찬수 교수님, 지정의 백선하 교수님과 상의해 사망 진단서 작성함"이 적시돼 있다.

고 백남기씨의 사망원인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자 야 3당은 백 교수를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하고 특검을 추진할 계획이다.
왜 지침과 다른 사망진단서를 작성했는지,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주치의 출신이라는 점 등에서 외압이 없었는지 여부를 추궁하려고 벼르고 있다.

박병모 기자 newstoktok@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