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의 후보자들이 전남대 병원과 대학본부간에 사사건건 대립을 한 원인과 해법을 놓고 토론을 벌이고 있다.

교수 숫자는 공대 다음으로 많지만 재정규모와 과거 총장 배출 등을 감안할 때 두 번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는 의과대학의 명학회관에서다.

이번 토론회는 191명으로 구성된 정책평가단의 1차 컷오프를 겨냥해 3강 안에 진입해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인지 약간 물고 물리는 공방이 이어졌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슈 파이팅이 없어 무관심한 전체 구성원들을 견인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는 20일 탈락할 2명의 후보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는 전략적 계산이 작용한 탓인지 상대후보를 거세게 몰아치지 않았기에 그렇다.

아직껏 특별한 이슈로 선거판을 선점한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각 후보들의 고민은 깊어가고 있다. 선두주자로 나서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전략과 콘텐츠로 구성원들에게 다가서야 하는데 지금껏 토론회를 지켜본 결과 그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꿩 대신 닭이라’고 앞으로 후보들은 개인별 성향과 정체성으로 승부를 걸 것으로 예측된다. 후보 마다 “자신이 총장이 되어야 한다”는 필요성과 당위성을 역설하지만 ‘다부지다’ ‘국립대 총장을 할려면 그 정도는 되어야지’라며 썩 눈에 밟히는 후보가 없으니 말이다.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초반에 선두자리까지 내다봤던 한 후보는 토론회가 거듭될수록 점수를 깎아먹고 있다. 사전준비가 철저하지 못한데다 대중 앞에서의 순발력도 떨어져 3위를 놓고 턱걸이하고 있다는 여론이다.

다른 후보는 1대1후보자간 토론이나 공통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구체적인 제시나 해결책 보다는 추상적인 언어로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 답답함을 더해주고 있다. 그 근저에는 토론회를 슬기롭게 하지 못한 후보가 정책평가단을 대상으로 치를 프리젠테이션을 잘할 수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 깔려있다.

토론회 말고도 외생적인 변수도 등장한다.
각 후보들은 자신의 캠프에서 일하거나 도와주는 명망있는 교수를 상대로 보직교수를 제안하고 있다. 누구에게, 어떤 형태의 보직을 주겠다고 약속했는지도 관건이다.
아무래도 의과대학의 경우 가장 덩어리가 큰 핵심 보직은 병원장이다. 어떤 교수와 어떻게 빅딜을 주고받았는지도 사뭇 궁금증으로 남아있다.
왜냐하면 해당 교수의 평판이 좋고 나쁘냐에 따라, 그리고 친밀도에 따라 다른 교수의 표가 뭉치거나 달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4년 전에 총장후보로 출마했다 정부의 외압에 의해 검찰수사를 받고 물러난 P모 교수와 다시 치러진 재선거에 나섰던 병원장급인 Y모 교수가 의대에 포진해있다. 두 교수가 원하든 원하지 않던 간에 표심 향배가 어디로 쏠리느냐가 선거 막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데서다.

5명의 후보자들이 전남대 병원과 대학본부간에 사사건건 대립을 한 원인과 해법을 놓고 토론을 벌이고 있다.

특히 토론회 진행과정에서 한때 긴장감이 흘렀는데 한 후보가 엎친데 덮친 격으로 4년 전에 발생한, 전남대로서는 아픈 상처로 기억되는 19대 총장선거를 공통질문으로 제기했기 때문이다.
“모 총장이 국회의원 시절 개정한 공직선거법 때문에 전남대가 이지경이 됐다며 이러한 사실을 아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한 후보들의 답변은 ‘친지’냐 ‘반지’냐의 성향에 따라 극명하게 갈렸다.

지금껏 치러진 토론회를 통해 나타난 후보들의 면면을 보면 현재의 대학행정에 대한 문제점을 정확하게 짚거나 이를 토대로 현안사업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후보가 다소나마 유리한 고지를 선점해가고 있는 형국이다. 선거구도로 치면 3강2약이지만 현재의 판세는 3강을 놓고 치열한 순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내일 열릴 여수캠퍼스에서의 공방이 사뭇 흥미를 유발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런 징후는 이번 의대 토론회에서부터 나타나기 시작한다.
의과대학과 대학본부 간 소통이 되지 않던 인사 T/O 배정을 비롯 전대병원 화순으로의 이전, 화순 전남대병원의 학생 편의시설 확충 및 미래 비전 프로그램, 치·의전의 학부전환에 따른 문제점과 대안, 의대 부총장제 신설 여부, 기금교수 신분 보장, 간호대학, 치대, 병원 간 상호협력 등의 산적한 현안문제가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상대후보와의 1대1토론이나 공통질문 역시 상대후보의 약점을 파고드는 질문이 대부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토론회 마지막인 18일 여수캠퍼스에서는 정체성과 소신을 갖춘 후보들이 어떤 이슈로 승부를 걸 것인지가 궁금해진다.
후보들의 질문의 강도가 거세지고 말도 약간 거칠어지면서 무관심으로 대별되는 부동층을 끌어들여야 한다는 데서다. 최근의 사회 현상에서 보듯 총장이 누가 되든지 간에 혼술·혼밥이라는 신조어 처럼 '자신만 연구를 잘해서 성과급을 타내면 된다'는 개인이기주의에 젖은 교수들이 많기에 그렇다. 김영란법도 소통의 단절에 한몫 거든다.

어찌됐던 3강 진입을 노리는 후보와 1위 자리를 우선적으로 선점해야 후보들의 다급함도 엿보인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하지만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짜내지 못하는 후보들의 고민과 시간 싸움이 가장 큰 변수로 남아있는 게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