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3(금)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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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4번의 토론회를 거친 총장 임용자 후보 5명은 무작위로 추출된 정책평가단 191명 앞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또 한번 자신을 온몸으로 선보여야 한다. 앞으로 4년간 전남대를 이끌어갈 비전과 콘텐츠, 리더쉽과 도덕성이 응축된 자신만의 차별화된 능력과 노하우로 평가단을 사로잡아야 한다. 국립대 총장이 되려면 적어도 이 정도의 ‘깜냥’은 되어야 한다고 말이다.
전남대가 직선제를 치르지 못하고 전체 구성원들의 여론조사를 통해 간선제가 혼용된 선거를 치르는 것 자체가 어찌 보면 민주화를 위해 앞장섰던 선배교수들의 ‘바위 같은 의연함’과는 무척 달라 보인다. 교육부가 예산과 인사로 옥죄고 있고, 다른 국립대학들도 간선제를 치르고 있으니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할지 모르겠다.
오늘 아침 총장선정관리위원회가 평가단을 무작위로 추출해서 문자메시지와 아르미 메일로 연락하고 참여의사를 밝히면 후보선출을 위한 평가단에 선정된다. 그리고는 비밀유지를 위해 함구해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좀스러워 보인다.
정치권에서 성공하지 못한 선거제도로 평가받고 있는 ‘배심원단 선거’와 거의 비슷한 형태다. 하지만 그러한 비밀이 유지되기란 그리 쉽지 않은데서다. 후보들은 정책평가단으로 뽑힌 교수와 교직원 등 구성원들을 향해 씨줄날줄로 얽히고설킨 인맥을 총동원한다. 한 표가 아쉬운 터라 자기 표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말하자면 평소에 관리해오던 교수와 캠프 사람들을 활용해 여느 정치선거와 다를 바 없는 ‘조직선거’에 나설 게 뻔하다.
오늘 평가단의 선택이 갖는 중요한 의미는 총장 후보 5명 가운데 2명을 떨어뜨리고 3명이 본선에 진출하는 획을 긋기 때문이다. 그래서 3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지 못한 2명이 누구냐에 따라 앞으로의 선거 판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들이 누구와 합종연횡을 하느냐가 커다란 변수로 등장한다. 탈락된 2명의 후보가 특정후보를 밀게 된다면 3명 가운데 최소한 교육부에 올라갈 2강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데서다. 그래서 총장후보들은 엊그제 열린 여수캠퍼스에서 순위에 관계없이 올린 2명의 후보를 놓고 교육부가 임의대로, 일방적으로 2위 후보를 총장으로 임명할 것에 대비하기 위해 구두합의를 했었다. 대학사회에 미칠 파장이 그만큼 크고 민감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기에 그렇다.
그렇다면 총장후보의 당락을 가르는 변수는 무엇인가. 1차적인 변수는 뭐라해도 정책평가단의 선택이다. 현재의 선거구도로 본다면 2강 2중 1약으로 점쳐진다. 두명의 후보가 3위와 4위를 놓고 경합 중에 있다. 이번 평가단 앞에서 프리젠테이션으로 심금을 울릴 후보가 아무래도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이미 표의 향배가 정해진 상황에서 프리젠테이션 하나로 많은 표가 이동하지 않을 거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이런 전망을 내놓은 것은 후보들을 둘러싼 백그라운드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게 아니라는 사실을 염두에 둔 듯하다. 후보들을 뒤에서 밀면서 이른바 ‘상왕’노릇을 하고 있는 일부 교수들의 인맥과 네트워크를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하고도 남는다. 일부 후보들이 보직교수를 제안하면서 표를 빅딜하고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 대학발전 보다는 자리를 보장받고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일부 교수들을 마냥 나무랄 수도 없다.
대학 보다는 특정고교의 인맥도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한 후보의 경우 대학내 학과장이 5명이나 될 정도여서 토론회 과정이나 프리젠테이션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인맥을 무시할 수 없을 거라는 전망이다.
이번 선거에 무관심을 보이고 있는 젊은 교수들과 아직껏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의 향배도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다. 여느 선거와 마찬가지로 수치상 30% 안팎을 차지하는 부동표를 끌어들일만한, 호재든 악재든 선거 막판 이슈가 등장할 경우 이들의 향배가 선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걸로 보인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과거 총장 선거에서 당시 총장이 시혜를 베풀었던 자신의 핵심측근들에게 특정후보를 밀어라는 선례가 반복되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토론회가 열린 학동 전남대 병원과 여수캠퍼스에서는 현 집행부에 대한 구성원들의 반감도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과거 여느 집행부나 마찬가지였지만 소통의 부재나 리더십이 도마에 올랐고, 그래서 표를 몰아주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돌아보지 않더라고 말이다. 여수캠퍼스의 경우 외딴섬으로 전락했다는 볼멘소리가 지역시민단체로부터 터져 나온 게 그 반증이다.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각 후보들의 캐릭터로 볼 때 ‘친지’와 ‘반지’구도가 얼마나 먹혀들지도 변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