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의 예보를 들은 것은 아니었다. 아침부터 덥다고는 느꼈지만 마침 일요일날 가족끼리 모임이 하나 잡혔던 지라 나주로 향했다. 영산포를 지나자 승용차를 몰던 분이 먼저 얘기한다. 세지까지 가는 곳에 아름다운 길이 있으니 그곳으로 가자는 것이었다. 꽃구경을 시켜준다는데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나주하면 배꽃이 떠오른다. 구릉과 언덕배기 마다 하얀 눈 내리듯 피어있는 배꽃의 향연을 보고 있노라니 ‘이화에 월백하고...’라는 시조가 떠오른다.

사진을 한 것 찍자며 차를 멈춰서니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온다. 봄볕의 따사로움에 가끔씩 불어오는 상큼한 바람이 가슴을 한껏 부풀어 오르게 한다.

갖은 포즈 취해가며 한 컷 한 컷 샷터를 눌러대는 소리마저 싱그럽다. 마치 배를 먹으면서 한 움큼 씹히는 감칠맛나게 아삭아삭 씹히는 물처럼 말이다.

한참을 지나노니 하얀 꽃에 취했던 마음이 일순간 달라진다. 분홍빛이 가슴을 메운다고 할까. 복사꽃이 저리도 이쁜가 싶을 정도로 눈에 밟힐 듯 곱다. 지나가는 차들이 멈춰서면서 샷터 누르기에 여념이 없다. 자신의 얼굴과 연분홍 복사꽃을 비교하기라도 하듯 말이다.

이곳 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연분홍 복숭아는 꽃도 아름답지만 열매인 황도를 사먹기도 힘들다고 한다. 너무 맛이 좋아서 도시 특히 서울로 곧바로 판매되기에 그렇다는 것이다.

이곳으로부터 그리 멀지않은 세지면을 지나 인근에 있는 초대받은 집으로 향했다. 여름철 별미라고 하는 삼계탕이 준비돼 있었다. 시골 토종닭이라 입에 넣자마자 사르르 녹아내리고 집 안마당에 심어놓은 녹두 콩을 재료를 넣고 끓인 죽 맛이 일품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던가.

툇마루에서 파란 하늘을 벗삼아 한 숨을 잔 뒤 영산강변에 심어놓은 유채꽃을 구경하러 나섰다.

노란 물결이 한 폭의 수채화처럼 영산포 다리와 구도를 이루며 입체감을 드러낸다. 짝을 지어 구경나온 연인들의 자지러질 듯한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과거 보다 유채 꽃밭이 대폭 축소됐지만 가족단위로 구경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광주에서 그리 멀지않은 나주는 분홍·노란·하얀 색으로 물들인 한폭의 수채화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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