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뒤 국민의당에 입당한 이언주 의원이 24일 전남대에서 열린 안철수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그래서 밑바닥 민심이 괜찮을 줄 알았는데 여론조사 발표 결과를 보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항상 뒤지느냐고 말이다.

비단 친구 녀석만이 아니라 최근 광주를 비롯한 호남민 사이에는 이른바, ‘여론조사 착시현상’이 화두가 되고 있다. 그동안 안철수가 10%대의 지지율을 보이다가 박근혜 구속 이후 30%대에 오른 것 자체가 어찌 보면 믿기지 않은 결과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대선 후보 TV토론 이후 두 후보간 지지율 격차가 벌어지면서 여론조사에 대한 신뢰성에 문제를 거론하는 유권자들이 많아졌다.

안철수에게 문재인의 지지율을 역전시키는 골든 크로스 현상을 기대했던 호남민으로서는 그 3%대의 부족함을 실감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지지율 하락은 안철수가 TV토론에서 다른 후보와는 달리 순발력 있게 딱 부러지게 표현을 못한데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안철수에게는 그 무엇보다 순진함이 장점으로 부각될 수 있고 여기에 토론방식에 대한 전략적 접근을 한다면 매력의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안철수의 순진성은 참신성으로 이어지면서 남에게 상처를 주지 못하는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박근혜‧최순실 처럼 국민을 속여 먹거나 적어도 국정농단은 하지 않을 성 싶어서다.

그래, 아무리 순진한 사람이라도 그렇지, 자신이 “MB의 아바타”냐고 뻔한 답을 기대하고 물어보는 사람이 어디 있어 그래. 궁지에 몰리면 뻔한 거짓말을 하거나 말 바꾸기를 하면 될텐데, 바보처럼 순수하게 말이야...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실제 안철수가 그런 극적효과를 노리는 걸 계산했더라면 과거 1500억대의 재산을 사회에 기부할 때나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과의 후보단일화 때, 그리고 누가 봐도 믿을 수 밖에 없는 문재인 아들의 취업비리 속에 자신의 딸에 대한 재산을 공개할 때도 아무런 액션이나 제스처를 쓰지 않은 걸 보면 담박에 순진함을 알 수 있다.

그런 안철수식 순진함은 TV토론을 더해 갈수록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질 것인가? 그렇지 않다. ‘여론조사 착시현상’이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초래한지는 지난 총선 때 국민의 당이 여실히 보여준 바 있기 때문이다.

당시 전국적으로 안철수가 이끄는 국민의 당의 지지율은 고작 15%에 지나지 않았다. 이제 갓 태어난 신생정당인지라 조직력이 별로 없고 호남당 이라는 한계 때문에 의석수가 몇 개 되지 않을 거라고 예측을 했었다. 지금 대선 정국에서도 국민의당 광주시당이 엉성한 것도 별반 차이가 없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뒤 국민의당에 입당한 이언주 의원이 24일 전남대에서 열린 안철수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하지만 개표결과 국민의당은 27%라는 지지율을 얻음으로써 의석수 39석의 제 3당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제 국민의 당은 이번 대선 과정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고 흔드는 상황이 됐다.
우선 국민의당 안철수가 당선이 되면 호남으로의 정권교체가 될 수 있다.
친문세력들로 꽉차 호남민들이 뚫고 들어갈 수 없는 문재인 캠프와는 달리 안철수 캠프는 이 지역 출신들로 넘쳐난다. 그동안 인사와 예산에서 차별받고 홀대받은 호남민으로서는 정권교체가 된다면 호남발전의 기회를 얻음과 동시에 도약할 수 있다.

역으로 문재인이 당선되더라도 여소야대인 정국에서는 인사청문회나 법률개정을 할 때는 안철수가 이끄는 국민의 당이 키를 잡게 될 수 밖에 없다. 호남발전을 기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게 된 셈이다.
대선 후보들이 광주를 들락날락 거리며 호남민의 표심에 호소하는 것도 그러한 측면에서다.

그리고 멀리 보면 안철수가 당선되든, 문재인이 당선되든 어차피 호남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정계개편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안철수가 되면 현재 민주당 소속인 대부분의 단체장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 문재인이 되면 호남은 다시 정지지형이 바뀌게 되면서 현재의 국민의당 국회의원들도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게 된다.
그래서 안철수와 문재인의 양강구도는 호남민심이 가를 수 밖에 없다. <본보 3월27일자 보도, 첨부: 관련기사>

그렇다면 안철수의 지지율은 계속하락 할 것인가. 앞으로 일주일 동안 4가지 변수가 해결된다면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

첫째는 뭐라해도 안철수가 참신성을 살리되 앞으로 열릴 TV토론에서 직설화법이나 자신감 넘치는 표현으로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게 관건이다.

둘째는 현재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면 상왕 노릇을 한다”고 타 후보의 네거티브전략에 휘말린 박지원 대표의 거취 문제를 들 수 있다. 고비 고비 마다 페이스 북 등 SNS를 통해 국민의당의 존재감을 알리고 가닥을 추려나가는 박 대표가 어떤 형태의 거취를 표명하느냐가 관전 포인트다.

셋째는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와 안철수와의 극적인 후보 단일화 내지 연대다. 과거 안철수와 문재인, 노무현과 정몽준, 그리고 김종필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DJP연합이 대표적 사례다.

넷째는 유권자들의 숨겨진 표인 ‘샤이 안철수 층’의 향배다. 호남은 선거에서 지역적 투표성향 때문에 진보를 택해왔다. 이번 대선을 계기로 호남도 보수와 진보로 갈라질 태세다.
그동안 호남의 일부 중도 보수층은 자신의 표심을 드러내지 않은 채 여론조사에서 자신과 상반된 응답을 해왔다. 이들이 안철수의 참신성과 연계시켜 호남당인 국민의당을 선택한다면 지난 총선 때 처럼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렇게 숨겨진 10%대의 표심을 응집력 있게 빨아들이려면 안철수가 호남의 자존심에 승부를 걸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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