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4(토) 08:38
|
다른 후보도 많은데 하필이면 부산이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답하고 싶단다.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로 박근혜가 대통령 자리인 그네에서 떨어진 지라 촛불민심이 진보 쪽으로 기울어 졌기에 방점을 찍어야 할 후보는 야권후보 밖에 없어서다. 적어도 호남에서는 그렇다는 얘기다.
이번 대선에서도 “호남에는 그렇게도 인물이 없느냐”는 소릴 듣곤 한다. 그러면서 다른 광역단체 시·도지사들이 소속 정당의 경선후보로 나서면서 자신의 능력을 한껏 내보였다고 덧붙였다. 멀리 제주도가 그렇고, 성남, 서울, 경북, 충남 등 10여명이 잠룡으로 나타났는데 그 가운데 홍준표 경남지사 한명이 본선에 진출했다고 말이다.
그럼에도 이낙연 전남지사와 윤장현 광주시장은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투다. 윤 시장은 중앙무대에서 정치를 해본 적이 없어 그렇다고 치지만 이 지사는 선수로 따지면 4선이다.
명색이 대권에 도전해도 손색이 없는 중견정치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경력이 말해주듯 18대 대선 공동선대위원장, 대변인, 원내대표 등을 두루 거쳤다.
그리고 2014년 지방선거에서 우여곡절 끝에 도백으로 당선된 뒤 정치인의 꿈인 대권도전을 위해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주변에 종종 얘기하곤 했다.
하지만 그는 대권도전을 아예 하지않았다. 터놓고 얘기하면 정치인 ‘이낙연의 존재감’은 딱히 없었다. 촛불집회 속에서 호남민심을 잡겠다고 전남지역 구석구석을 훑고 다니는 다른 단체장들에 비춰본다면 이 지사는 190만 도백으로서 '골목대장'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그러한 초라함이 아마 이러한 연유에서 부각된 게 아닐까 싶다.
우선 호남만이 유일하게도 대선후보가 없다는 상대적 허탈감과 소외감 때문에, 그래서 호남민은 ‘한번쯤은 도전해볼 만한데...’ 라며 이 지사에게 기대를 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지사는 전남 사람들의 소박한 염원과는 거리가 멀었고 스스로의 한계를 느꼈는지 대선도전의 출발선상에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대선과정에서 전남도백으로서의 역할과 위상은 찿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 정치를 헛되이 배웠을까 하는 궁상맞은 생각과 함께 어정쩡한 정치행보가 네 가지 대목과 오버랩 된다.
첫째는 이 지사의 태생적 한계론을 들 수 있다. 2014년 5월10일 지방선거 때 이 지사는 새정치연합 경선후보로 나섰고 투표결과 47.6%을 얻어 44.2%의 상대인 주승용 의원을 따돌리고 어렵사리 당선됐다. 당시 장흥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배심원단의 투표참여율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41.4%에 불과했고, 그런 상황에서 고작 410명의 지지를 받았다.
그러니까 이 지사는 전남지역 전체 유권자 154만6000명의 0.03%에 불과한 숫자로 당선된 셈이다. 동원선거도 문제였지만 이들 410명의 배심원단이 전남지역 유권자들의 대표성을 담보할 수 있느냐는 논란이 인 것도 그래서다.
둘째는 이 지사의 어줍잖은 정치적 행보가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 지사는 본래 국민의당 경선후보로 나선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계보로 꼽힌다. 지난 지방선거 과정에서 승부를 예측할 수 없게 되자 손학규 전 대표와 측근들의 측면지원에 힘입은 바 있다.
그런 인간적 관계로 이 지사는 지난 2월28일 목포에서 손학규와 조찬회동을 한 바 있다. 탄핵정국에서 조기에 장미대선이 치러질 거라는 예측 속에서다.
이 지사 입장에서 볼 때 마음 속 자신의 보스로는 손학규에 방점을 찍고, 반대로 당적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당시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양강구도 예측 속에 당적이 다른 손 전 대표와의 만남은 시기가 시기인 만큼 정가의 화제가 됐다.
이 지사는 이후 손학규가 더민주당에서 국민의당으로 당적을 옮기자 정치적 행보를 달리했고, 단체장으로서 선거에 관여할 수 없어 국민의당 경선과정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측근들이 물밑에서 교감을 통해 지원했던 사실은 지역 정치권에서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민주당 입장에선 양다리를 걸친듯한 이 지사가 달갑지 않다는 눈치다.
셋째로 이 지사는 취임 이후 공직자들로부터 마음을 얻지 못했다. 기자출신이 아니랄까봐 공무원들의 서류를 보면서 토씨하나 하나를 지적하고, 시도 때도 없이 업무를 지시하고 보고받는 바람에 자율성에 바탕을 리더쉽 부재로 이어졌다.
공문을 들고 지사실에 가기가 겁이 난다할 정도였다고 공직자들이 소곤거렸으니까 말이다. 그렇다고 도지사 자신이 특별한 아이디어나 콘텐츠가 있어 도정을 이끌어 가는 것도 아니면서 쥐어짜기만 한다는 볼멘소리가 들리곤 했다.
넷째로는 박정희 탄생 100돌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부위원장직을 맡아 결과적으로 정치적 혜안이 없었던 점이다.
이 지사는 탄핵정국 속에서 자신의 이름이 거명되자 부위원장에서 사퇴한다며 이런저런 해명을 했지만 그렇다고 이를 곧이곧대로 들을 지역민은 없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큰 인연도 없고 친박 계도 아닌데, 그것도 당시 새누리당을 달갑게 여기지 않았던 전남도민의 수장이 뜬금없이, 굳이 부위원장을 맡았다는 사실자체만으로도 입살에 오르고 남음이 있다.
이 지사는 도민의 대표성도 그렇고, 어줍잖은 정치 스탠스도 그렇고, 소통의 리더쉽이 그렇고, 박정희 전 대통령을 위한 불필요한 직책도 그렇고, 그래서 대선후보로 출마하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도민들이 우려한 대목은 대선후보들이 내건 공약이 전남도의 요구대로 반영됐다고 하지만 믿을 수 없다는 거다. 이 지사는 대선과정에서 존재감이 없었던 지라 누가 당선되든 간에 뭐가 예쁘다고 전남도에 예산을 거저주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벌써 들린다. 혹여 호남 역차별이 뒤따를 경우 이 지사도 자유로울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