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죄 인정 않고 용서 구하지도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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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일반
'박근혜' 죄 인정 않고 용서 구하지도 않아
  • 입력 : 2017. 05.23(화) 17:28
  • 박병모 기자
법정에 앉은 박근혜, 그녀의 심정은 어떨까.

박근혜는 끝내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도 않고 국민에게 용서를 구하지도 않았다. 반면 최순실은 박근혜를 재판정에 나오게 한 자신이 죄인이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23일 오전 10시 박근혜에 대한 첫 정식 재판을 열었다. 4월 17일 기소된 이래 36일 만이다. 이날 재판은 최순실과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재판도 함께 열렸다.

박근혜의 죄목은 삼성 등 대기업에서 총 592억원의 뇌물을 받거나 요구·약속한 혐의 등이다. 일반인 같으면 이 죄목이 인정되면 매우 무거운 형량을 받을만하다.

구속 상태인 박 씨는 이날 오전 9시 10분께 법원종합청사에 도착해 구치감에서 대기하다 법정에 출석했다. 전직 대통령이 피고인으로 법정에 선 것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역대 세 번째다.

누구든 이런 모습을 보고 박씨를 불쌍하다고 말하나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제대로 보여주어야 바로선 나라라고 할 수 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나라가 되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있다.

박근혜는 통상의 피고인이 입는 수의 대신 남색 정장 차림으로 나왔다. 차에서 내려 재판부 건물로 들어설 때는 수갑을 찬 채로 가리지 않았으며 법정에 들어설 때는 다른 피고인과는 달리 수갑을 풀었다. 얼굴은 화장기가 없는 탓에 거뭇기가 보였고 평소 '트레이드 마크'였던 올림머리 형태를 유지하려 했는지 머리는 플라스틱 집게 핀으로 여러 곳을 고정해 나름대로 정갈해보였다.

최씨와 신동빈 회장도 나란히 피고인석에 앉았다. 박씨와 최씨의 공식적인 만남은 지난해 9월 최씨가 독일로 출국한 이후 8개월 만이다. 이날 법정에서는 두 사람이 시선을 마주치지 않았다. 서로 여론의 화살을 피하려 했거나 첫재판이라 긴장한 탓으로 보인다.

재판장은 이번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역사적 의미 등을 고려해 재판 전 법정 모습을 언론이 촬영할 수 있게 허락했다. 곳곳에서 플래시가 터졌고 영상으로 생중계되었다.

정식 재판의 시작인 만큼 검찰에서는 박씨를 직접 수사한 이원석·한웅재 부장검사 등 8명이 출석했다. 박씨 측에서는 이상철·유영하·채명성 변호사 등 6명이 나왔다.

3시간동안 이어진 재판에서 검찰과 변호인 측은 공소사실을 놓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검찰은 "이 사건은 박 전 대통령이 오랫동안 개인적 친분 관계를 맺어온 최씨에게 국가 기밀을 전달해 국정에 개입하게 하는 한편 권력을 남용해 개인이나 기업의 이권에 개입해 사익을 추구하고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지원배제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씨와 최씨 등이 사사로운 이익 취득을 위해 적법절차를 무시하고 국민주권주의와 법치주의를 훼손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 전 대통령이 최씨와 공모해 재벌과 유착해 위법행위를 저질렀다고 강조했다.

박씨측은 예상했던 대로 검찰의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박씨측은 ▲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및 대기업 출연금을 받은 뇌물수수 혐의는 동기가 없고 ▲ 최씨와 언제 어디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했는지 공모관계에 대한 설명이 없으며 ▲ 증거관계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폈다.

SK·롯데그룹 측에 대한 뇌물 요구, '블랙리스트' 지시, 문체부 공무원 사직 지시, 청와대 기밀 문건 유출 혐의 등도 자신이 그렇게 지시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박씨는 유 변호사의 모두진술이 끝난 뒤 재판장이 "피고인도 부인 입장이냐"고 묻자 "네. 변호인 입장과 같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박근혜는 '피고인'으로 불렸다.

같은 맥락에서 박씨 측은 검찰이 삼성 관련 혐의 입증을 위해 제출한 관련자 153명의 진술조서를 전부 증거로 쓰는데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향후 증인신문 과정을 거쳐 사실관계를 따지겠다는 취지다.

최씨는 "40여년 지켜본 박 전 대통령을 재판정에 나오게 한 제가 죄인"이라고 울먹이면서도 혐의는 극구 부인했다. 그녀는 박씨와 공모한 사실이 없고, 검찰이 무리하게 엮은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박씨에게 70억원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신동빈 회장 측도 "공소사실은 사실과 다를 뿐 아니라 법리적으로도 의문"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재판부는 향후 박씨 사건과 특검이 기소한 최씨의 뇌물 사건을 병합해 심리하기로 했다. 박씨의 혐의사실이 18가지로 방대한 데다 1심 구속 기한이 최대 6개월로 한정된 만큼 신속히 심리를 진행할 계획이다.

'삼성 뇌물수수' 혐의 부분을 놓고 박 전 대통령 사건과 최순실씨 사건을 병합하기로 결정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경우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공소사실이 완전히 일치한다"며 "현실적인 면을 봐도 따로 심리할 경우 중복되는 증인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재판부의 원활한 심증 형성에도 도움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재판을 병합할 경우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가 저해될 수 있다며 반대의사를 밝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지난 기일에 박 전 대통령 변호인이 병합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사례를 봐도 특검 사건에 일반 검사가 사건을 병합하거나해서 하나의 판결로 선고한 적이 여러 건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두 사람의 재판이 병합되면서 '삼성 뇌물수수' 부분에 대해서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박 특검이 사실상 한 법정에서 호흡을 맞추게 됐다. 뇌물수수 혐의는 검찰이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한 18개 범죄 사실 중 가장 형량이 무겁고 공방이 치열한 쟁점으로 꼽힌다.

29일부터는 매주 월·화요일 삼성 뇌물 사건과 관련한 증인신문을 하기로 했다. 박씨와 최씨 모두 나온다. 수요일이나 목요일 중 최소 하루 이상은 재단 출연 등 직권남용 사건의 서류증거를 조사한다. 박씨는 25일부터 법정에 출석한다.

검찰은 공소사실이 많고 쟁점이 다양하며 피고인들이 혐의를 부인하므로 매일 재판을 열어 심리하자고 요청했다. 박씨 변호인은 사건 파악이 돼 있는 검찰과 입장이 다르다며 이는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양측 입장과 여러 사정을 고려해 일단 다음 주 초까지만 일정을 정하고, 변호인 측이 충분한 준비를 할 때까지 당분간은 매주 2∼3차례 재판을 열기로 했다. 때에 따라서는 주 4회 재판을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25일 박 전 대통령만 출석한 상태에서 서류증거(서증)조사를 진행하고, 29∼30일 잇달아 공판을 열 예정이다.

박병모 기자 newstoktok@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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