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수 부결 사태’와 ‘호남 홀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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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정당
‘김이수 부결 사태’와 ‘호남 홀대론’
안철수 ‘존재감’ vs '자유한국당 2중대‘ 격돌
  • 입력 : 2017. 09.12(화) 22:34
  • 박병모 기자
호남홀대론을 놓고 서로 손가락질 하고 있는 국민의당과 민주당<사진=방송화면>

그 2표 때문에 1988년 헌재가 출범한 이후 헌재 소장 임명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첫 사례가 됐다. 공방이 벌어진 것은 당연하다.

우선 야당은 부결 사태 이유로 김 후보자의 성향이 진보적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김 후보자는 2014년 12월 헌재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때, 2015년 5월 헌재가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만든 근거인 교원노조법 조항이 합헌이라고 결정할 때도 각각 반대 의견을 냈다.

그러나 ‘김이수 부결 사태’는 그의 정치적 편향성 문제를 넘어 보다 다층적인 의미를 함축한다. 코드 인사를 통한 사법부 통제 시도에 대한 우려와 반발의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을 통해 사법부 개혁의 신호탄을 알렸다. 하지만 특정 성향 판사와 변호사,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을 사법기관 핵심부에 포진시키려 했다가 사단이 일어난 셈이다.

‘정치 편향성’에다 의심쩍은 ‘주식 대박’ 의혹까지 겹쳐 사퇴한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가 대표적인 사례다. 당장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도 진보 편향성을 지적받으며 ‘코드 인사’라는 비판을 야당으로부터 받고 있다.

어찌 보면 ‘김이수 사태’는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내건 ‘소통’과 ‘협치’도 시험대에 올려놓은 셈이다. 고공행진 중인 대통령 지지율을 등에 업고 정치적으로 밀어붙이면 쉽게 통과될 수 있다고 오만과 과신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볼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의 책임도 있다. 문 대통령은 김 후보자를 지명한 뒤 국회 임명동의안 통과를 위한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았고 여당 역시 대통령 지지율만 바라보며 야당 의원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하지 않았다.

특히 캐스팅 보트를 쥔 국민의당에 호남 지역구 의원들이 절반을 넘으니 전북 출신인 김 후보자를 쉽게 내치지 못할 것이란 계산도 작용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안이한 생각과는 달리 초유의 헌재소장 후보 낙마 사태가 터지면서 정치적 격변이 예고된다.

의석이 120석뿐인 여당으로서는 야권의 협조를 얻지 못하면 100대 국정과제는 물론 외교안보와 민생경제 등 현안까지 줄줄이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점에서다.

호남은 호남대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호남 홀대론’을 둘러싸고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격돌하는 양상이다.

발단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김이수 국회인준 부결에 앞서 광주‧전남을 방문하는 자리에서 문재인 정부가 SOC 사업 예산을 편성하면서 호남을 홀대했다고 직격탄을 날리면서다.

그러자 민주당은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며 수치를 들이대며 ‘아니다’고 반박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이수 부결사태가 일어났고 이 과정에서 국민의당이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캐스팅보트를 행사를 한 것은 또 다른 호남홀대라는 것이다.

민주당 광주시당과 시민단체협의회가 12일 성명을 통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국민의당은 국정농단 세력을 비호했던 자유한국당의 2중대에 불과하다” “안철수 대표의 호남민심 탐방의 결과가 역대 헌법재판소장 후보 중 유일한 호남 출신인 김이수 후보자에 대한 인준 반대인가" "호남이 만든 국민의당을 지켜달라던 안 대표의 호소는 악어의 눈물이었다”고 한목소리로 주장했다.

특히 "호남홀대론과 같은 철 지난 지역감정을 교묘히 이용하면서 정작 호남 지역정서와 반하는 명분없는 반대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교롭게도 이날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가 “김이수 전 헌재소장 후보자는 올곧은 법조인의 길을 걸어온 분”이라며 두둔하고 나섰다. 정략적 판단을 했다고 자인한 셈이다.

호남민심을 방치했다간 안 대표 취임 이후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호남지지율을 우려했을 게다.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도 김 후보자의 자질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러면서 김 후보자 낙마 사태가 후보자 본인보다 청와대·여당의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앞으로 호남 홀대론을 둘러싼 국민의당과 민주당과의 싸움은 평행선을 달리면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사뭇 궁금하다.

박병모 기자 newstoktok@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