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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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칼럼
아파트 전쟁
  • 입력 : 2018. 01.18(목) 08:05
  • 문틈 시인

문재인 정부와 서울 강남 아파트의 전쟁이 치열하다. 정부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아파트 값을 때려잡기 위해 불방망이를 꺼내들고 어르고 윽박지르고 때리고 하지만 강남 아파트는 몇 주 만에 1억씩 오를 정도로 힘자랑이 한창이다.

정부가 서울 강남 아파트를 혼내려고 하는 것은 강남이 전국 아파트 폭등의 진원지이기 때문이다. 나같이 부동산 시장을 잘 모르는 사람이 볼 때도 84㎡ 아파트 한 채에 20억원이 넘어간다니 억장이 무너질 정도다.

금으로 도배한 아파트도 아닐 터이고 고작 34평 크기인데 단지 강남에 있다는 것만으로 그렇게 천문학적인 가격에 팔린다니 도무지 모를 속이다. 뭐랄까, 괜히 배가 아프고 박탈감이 든다. 평생 뼈 빠지게 일해 모은 재산이 강남 아파트 한 채도 안 된다니 허망한 그런 느낌.

분양 공모에 당첨되면 앉은 자리서 몇 억씩 웃돈이 붙고 그것을 서로 사려고 중개업소에 번호표를 받고 대기한다니 이게 국가 운영의 정상 범위에 들어가는 일인지 모르겠다. ‘강남이 불패(不敗)면 나도 불패(不敗)다.’며 전의를 불태웠던 노무현 전 대통령도 결국은 강남 아파트를 때려잡지 못하고 손을 들었다.

요새는 뭐 ‘똘똘한 아파트 한 채’로 재산을 보존한다면서 사람들이 돈 싸들고 강남으로 몰려간다니 정부가 별의별 정책, 대책, 회유책을 써도 강남은 요지부동인 것 같다. 사람들이 강남으로 몰려가는 것은 옛날엔 학군이 주된 이유였지만 요즘엔 강남 거주가 대한민국의 최상위 신분 유지, 안전한 재산 증식, 인생 역전 같은 기대가 더 큰 것 같다.

이념적으로 자유보다는 평등에 방점을 찍고 있는 듯한 정부로서는 언제까지고 강남을 저대로 두고 볼 수는 없지 않나싶다. 강남 아파트 대책은 새 정부 출범 후 몇 차례 굵직한 대책을 내놓았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이 되고 말았고, 앞으로도 뾰족한 수는 없어 보인다.

가령 강남을 완전히 때려잡는 정책을 내놓는다면 강남 잡으려다 부동산 경제 전체가 뒤틀릴 수도 있다. 쥐 잡으려다 항아리를 깰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정말 뭔가 강남을 옴짝달싹 못하게 할 끝판 대책은 없을까.

내 생각에는 역발상으로 되레 시장에 맡겨두는 방법을 고려해볼 만하다. 즉 이런 생각이다. 강남은 수요가 넘쳐 끊임없이 솟아오르려는 욕망의 사다리다. 아닌가? 그렇다면 그 사다리를 기어오르려는 사람들에게 자유롭게 올라가도록 허용한다. 어떻게?

강남을 뉴욕의 맨해튼 지역처럼 100층, 200층 되는 초고층 지역으로 재편해서 하늘이 닿도록 빌딩, 아파트군을 짓도록 허용하고, 대신 그곳을 일종의 특별구로 담을 쳐서 각종 부동산 관련 세금을 몽땅 물리는 것이다.

건물 원가를 공개하고 건설업체에 적당한 이윤을 보장하되 그것을 넘는 알파는 정부가 세금으로 거두어들이는 것이다. 그러면 정부 곳간에는 돈이 그득해질 것이고 그 돈으로 노태우 정부가 했던 것처럼 200만호 아파트를 지어 부동산 안정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그냥 사고실험으로 해보았지만 결국 남아공처럼 경제수도, 행정수도, 교육수도, 문화수도로 나누어 지금까지 서울 집중의 정책을 확실하게 분산시키는 것이 답이 될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하는 것을 보면 파주서 강남까지 15분에 가는 전철을 놓는다는 식으로 강남을 중심에 놓고 인프라를 구성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정책으로 보인다. 일본의 경우 돈 있는 사람은 은퇴한 60대들이라고 한다.

한국도 엇비슷할 것이다. 그렇다면 서울대 병원 수준의 종합병원을 5대 광역시에 건립하고, 전국 국립대를 서울대로 흡수하면 서울의 인구가 분산될 것이고, 굳이 서울로 가서 살 필요도 줄어들지 않을까.

정부에서 머리 좋다는 사람들이 어련히 알아서 할 것을 네가 무슨 중뿔나게 흰소리를 하느냐할지 모르지만 새 정부가 초장부터 강남과 승산이 안 보이는 샅바 싸움을 하는 것을 보고 안타까워서 해본 소리다.

그러고보니 광주도 그런 모습이 곧 다가올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곳곳이 재개발 열풍인 가운데 어디선가 평당 2천만원대 아파트가 곧 분양될 것이라는 소문을 들었다. 광주에서도 34평에 7억원대 아파트가 나올 것이라는 계산이 된다. 억! 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런데 도무지 모를 것은 미국 같은 나라는 100년이 넘은 아파트가 수두룩한데 우리는 뭣이 어쨌다고 30년만 넘으면 마구 헐어버릴까. 목재로 지은 아파트도 아닌 것을 고작 30년 살고 헐고 다시 짓는 이 이해되지 않는 행태부터 고칠 일이다.

일제강점기 때 지은 단독주택에서 몇 년 살아본 일이 있는데 반세기가 훨씬 지났어도 그 집은 튼튼하고 전기 배선도 완벽했다. 옛사람들은 책 한권을 만들어도 천년 가는 책을 펴냈다. 한 세대 만에 집을 때려 부수고 새로 짓는, 그래서 어디서나 일년내내 먼지 풀풀 날리는 아파트 재건축 풍경을 보는 것은 기이하기까지 하다.

평생 번 재산을 아파트 한 채에 묻어놓고 값이 더 오르기만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저 편에는 선남선녀들이 집 문제 때문에 ‘이생망’(이번 생은 폭삭 망했다)을 외치며 결혼도 안하고, 결혼해도 자식도 낳지 않는 사람들이 웅크리고 있다. 사정이 이럴진대 다음 생인들 아파트를 장만할 수 있을까.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데는 10년의 준비가 필요하다. 아파트 지은 지 20년이 넘으면 벌써 10년 후에 재건축한다며 집값이 오르는 일도 있다. 아파트가 미친 것이 맞다. 집 문제는 이제 더 이상 피해갈 수 없는 최우선의 국가 정책으로 혁파해야 할 우리의 미래다.

문틈 시인 newstoktok@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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