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미세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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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칼럼
중국발 미세먼지
  • 입력 : 2018. 01.31(수) 08:50
  • 문틈 시인

한동안 꼼짝 못하고 집에 처박혀 지냈다. 감옥살이가 따로 없다. 창으로 내다보니 사람들은 미세먼지가 자욱한 흐릿한 날씨인데도 아이들을 데리고 소풍 나가듯 나돌아 다닌다. 나는 저 무신경함에 기함(氣陷)을 한다. 하긴 내가 공기 따위에 너무 과민한 탓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서울에서는 시장이 하루 50억원을 들여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대중교통을 무료로 선포해서 시민들이 공짜 출퇴근을 했다고 한다. 150억원이 그렇게 해서 공중으로 날아갔다. 이제 미세먼지는 우리가 들이마시고 살아야 할 공기의 일부로 간주해야 할 것 같기도 하다.

그 생각을 하자 숨이 컥 막힌다. 언론에서는 밖에 나갈 때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나갔다 오고 집에 와서는 머리도 감고 손도 잘 씻으라고 당부한다.

미세먼지의 60, 70퍼센트는 원산지가 중국이다. 중국에서 황해를 건너 한반도로 온 미세먼지는 겨울철에는 중국 대륙에서 석탄연료로 난방을 하다 보니 그 오염 먼지가 고비사막의 황사와 함께 인해전술식으로 우리나라를 덮쳐온다.

제주도라고 해서 중국발 미세먼지가 날아오지 않는 것이 아니다. 우스갯소리로 중국 13억 인구가 공산당의 지시로 하나, 둘, 셋 하고 동시에 뜀뛰기를 하면 백두산과 한라산이 화산폭발을 할 것이라는 말도 있지만 이제 우리가 들이마시는 공기는 중국이 내뿜는 공장 연기 사정에 달려 있다.

오래 전 중국에 가본 일이 있는데 북경에 머무는 며칠 동안 내내 답답한 공기 때문에 고통스러웠다. 가스가 섞인 듯한 푸르스름한 공기에서 역겨운 냄새가 났다. 나는 만리장성 구경이고 뭐고 전혀 신나지 않았다. 중국 사람들은 어떻게 그런 공기 속에서 사는지 기이한 느낌이 들었다.

올림픽 때 외국 선수가 마스크를 한 채 비행기에서 내려오자 중국 언론은 이를 매우 못마땅해 했다. 오죽 했으면 주중 미국대사가 탁한 공기 때문에 대사직을 포기하고 가족들을 데리고 본국으로 돌아갔을까.

예전에 영국 런던이 스모그 때문에 한해에 몇 만 명씩 죽었다. 한때는 런던 포그라고 해서 외려 관광상품 비슷하게 이름이 났지만 대기는 탁하고, 템즈강은 오염되어 잉어가 살지 않는 죽은 강으로 변했다. 산업화 과정에서 돈을 벌려고 세운 공장 굴뚝과 석탄 난방 때문에 거기서 나온 오염물질이 런던을 병들게 한 것이다.

그런 런던을 영국은 1950년대에 벌써 대기청청법을 강력하게 실시하고 수십 년에 걸쳐 템즈강을 정화하는 노력을 기울인 결과 런던의 안개는 거의 자연산 안개만 남게 되었다.

중국은 이웃 나라 한국이 중국발 미세먼지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는 줄을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아니 알고도 ‘띵 호와’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어느 신문에선가 중국은 공기정화의 한 가지 조치로 굴뚝 공장을 황해 쪽으로 이전하고 있다는 말도 있다.

지구가 자전하는 이유로 편서풍이 불게 되는데 그 편서풍을 타고 중국발 미세먼지가 한반도로 날아오도록 되어 있다. 지구가 거꾸로 돈다면 모르되 그대로 우리에게 날아오는 것을 막을 길이 없다.

따지고 보면 나를 집안에 가두어 놓는 미세먼지가 다 중국산인 것만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중부 지방에 화력발전소가 널려 있다. 거기서 생산된 미세먼지가 공기 흐름을 따라 서울로 호남으로 흘러 다닌다. 자동차 배기가스와 타이어, 건설현장의 비산 먼지 같은 것들도 여기에 가세한다.

잘 먹고 편하게 살자고 산업화한 결과 그 부작용이 나타나서 호되게 보복을 당하고 있는 중이다. 지구를 괴롭히면 지구가 인간을 괴롭힌다. 하지만 절망적인 것만은 아니다. 전기자동차가 전 지구적으로 보급되면 공기는 지금보다 좋아질 것이다. 당장의 문제는 세계의 공장이라는 중국의 굴뚝이다.

전 세계가 중국의 값싼 물건이 없으면 하루도 못살게 된 처지에 이를 어찌하면 좋을까. 중국대륙에서 버린 폐수가 황해를 오염시켜 중국 근처 바다는 색깔이 달라졌을 정도다. 이 피해 역시 고스란히 우리가 안고 있다.

게다가 중국은 황해 연안 쪽으로 원자력발전소를 열 곳이 넘는 지역에 30개의 원자로를 지어놓고 지금도 계속 더 짓고 있다. 우리나라는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공포 때문에 탈원전 정책을 펴고 있는데 중국은 거꾸로다.

그 많은 원전 가운데 만일 한 곳이라도 잘못되는 날이 오기라도 한다면 그 피해는 중국보다 우리가 더 크게 입을 가능성이 있다. 미세먼지로, 원전으로 우리는 ‘중국 굴기’의 최대 피해자가 되지 않을까 지레 걱정이 드는 이유다.

우리가 아무리 중국과 이웃사촌 관계를 희망한들 이런 문제들에 대한 중국의 대책이 없다면 우리는 멍 때리고 있어야 할 판이다. 사드 문제로 중국이 우리에게 힘자랑을 했는데, 그 킹콩 같은 힘을 써서 이번에는 중국의 미세먼지, 원전에 대한 안전 강화에 과민한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 이래야 한국과 중국이 ‘좋은 이웃’이 되지 않겠는가.

한중 정상회담이 다시 있을 때는 미세먼지를 주요 의제로 삼아 회담을 했으면 한다. 북핵 문제를 풀 열쇠를 갖고 있는 중국은 미세먼지를 해결할 방안도 가지고 있다. 중국이 꿈꾸는 일대일로(一帶一路)의 완성에서 한국을 빼놓을 수 없다.

미국의 시인 프로스트는 ‘담을 잘 쌓아야 좋은 이웃이 된다’고 시에서 썼다. 중국의 나쁜 공기가 한국으로 넘어오지 않도록 담을 잘 쌓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문틈 시인 newstoktok@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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