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 생애의 첫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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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칼럼
오늘은 내 생애의 첫날
  • 입력 : 2018. 02.07(수) 03:13
  • 문틈 시인

오늘은 첫날이다. 살아갈 첫날.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살고 싶다. 새로운 하루를 첫날처럼 살자는 것이 내 바람이다. 오늘이 어제의 다음날이 아니라 세상 첫날로 여기며 살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기에 매일 매일이 신비스럽다.

가지만 남은 나무며 숲을 날아가는 산새며 얼어붙은 겨울 하늘이며 이것들이 죄다 나와 교감하는 자연의 사랑스런 친지들이다.

나는 어느 별에선가로부터 지구별에 막 도착한 우주인이다. 그러기에 보이는 풍경, 들리는 소리가 다 놀랍고 신기하고 감동적이다. 이 별에는 내가 방금 도착했지만 내가 살 수 있게끔 모든 것들이 죄다 준비되어 있다. 마치 나 한 사람을 위한 것처럼 하나부터 열까지 필요한 모든 것들이 있을 자리에 있다.

물이 있고 공기가 있고 아, 태양이 빛나고 별이 반짝인다. 끝도 모를 광대한 우주가 나의 모습을 보며 환대하는 모습이다. 그러니 이 별의 풍경에 불만이 있을 리 없다. 환희와 감사한 마음뿐이다.

내가 이 지구별에서 할 일은 이 별을 탐험하는 일이다. 내가 과학자라는 말이 아니다. 감동과 경이를 품고 생각과 행동을 펼치는 것이다. 나는 달에 착륙한 우주인이 그랬던 것처럼 땅에서 펄쩍펄쩍 뛰어본다. 놀랍고 기뻐서다.

나는 선의를 품고 집 앞 나무숲에 가서 나무들에게 말을 걸고 싶다. 잘 있었니? 지금 봄을 준비하고 있는 거지? 너무 추워서 발이 시릴 텐데 괜찮니? 나무들은 내가 질문할 때마다 내 마음 속으로 짤막한 대답을 전해온다.

가슴을 떨리게 하는 그 대답들. 기다리면 봄이 올 거예요. 당신에게 처음으로 화려한 단장을 하고 봄이 신부처럼 곧 나타날 거예요.

나는 거리에서 다른 사람들과 마주친다. 그들도 어느 별에선가 온 ‘우주인’들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선한 말투로 말을 건다. 어느 별에서 오셨어요? 라고 묻고 싶다. 사람들은 비껴 서듯 움찔거리다가 피해 간다.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 저희들끼리 웃으며 지나간다.

내가 온 별에서 온 사람들이 아닌, 어느 다른 별에서 온 사람들인가보다. 본디 이 지구별에서 살고 있었던 원주민들인지도 모른다. 하여튼 잔뜩 호기심어린 눈으로 질문하는 나를 이상스런 눈빛으로 바라본다. 내가 다른 별에서 온 줄을 영 모르는 모양이다.

내가 하루를 살아가야 할 첫날로 생각하자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인류역사상 처음 발견한 것처럼 신비로 가득 차 보인다. 달에 간 우주인들은 달의 암석을 깨서 몇 덩이 가져왔을 뿐이지만 나는 살아있는 온갖 물상들에 섞여 하나가 된다. 여기는 내가 꿈꾸어 오던 낙원이다.

사람들이 하나같이 선남선녀들로 보인다. 아직 서로 사랑을 가지고 말을 나누지 않았지만 언젠가는 서로의 속마음을 알게 되면 그들도 자연과 함께 내 친지들이 될 것이다. 지구별의 신비한 것들을 죄다 탐험하려면 몇 박 며칠로는 어림없을 것 같다. 평생을 다해 눈길을 주어도 끝날 것 같지 않다.

나는 이 별에서 오래 머물러 있기로 한다. 나는 이 별을 사랑하기로 한다. 그 언젠가 이 별을 떠나게 될 때 내가 본 이 신비스런 것들을 눈에 담아 가져갈 것이다. 그 전에는 이 별에서 사는 기쁨을 마음껏 누릴 상상읕 한다.

이렇게도 아름답고 찬란한 별에서 누구와 다툴 일도 마음 상할 일도 없다. 대체 이 같은 별이 무한천공 어디에 또 있을까. 나를 이 지구별에 보낸 이에게 돌아갈 때는 나는 이 별에서 보고 들은 것들을 모두 정리해서 보고할 계획이다. 특히 무지개에 대해서는 잊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한다.

만일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자신에게 주어진 오늘을 살아가야 할 첫날이라고 여긴다면 이 세상은 그 순간 낙원으로 변할 것이다. 공기도 물도 나무도 없는 사막 같은 황무지 달에 가서 우주인들이 우주복을 입은 채 여기 저기 탐사하던 모습을 떠올려 볼 일이다.

그들이 달에 내려가서 서로 다투고 미워하고 그랬을까. 그 험한 땅에서도 그들은 서로를 도왔다. 나는 지구별에서 사람들이 서로 싸우고 죽이고 미워하는 것은 자기들이 어느 다른 별에서 이 지구별로 보내진 ‘우주인’들이라는 사실을 몰라서라고 믿는다.

그 놀라운 사실을 깨닫는다면, 그리하여 이 별을 떠날 때 자기가 본 것들, 자기가 이 세상에서 행한 것들을 한 줌 선물로 가지고 갈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잠시 머물다 가는 지구별을 소중히 여기고 서로 평화롭게 대동세상을 만들어 낙원을 누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사람들에게 깨우쳐 주어야 한다. 우리 모두는 어느 별에서 이 지구별로 온 우주인들이며 미구에 다른 별로 떠날 여행자들이라는 사실을. 그것을 잊어먹고 사는 바람에 사람들은 마치 여기가 영원히 있어야 할 곳으로 여기고 서로 많이 차지하기 위해 바보 같이 싸움을 하는 것이다.

핵을 만들고 전쟁준비를 하고 땅을 빼앗을 생각을 하는 어리석은 인간들에게 오늘은 그들이 살아가야 할 첫날이라는 사실을 크게 소리쳐 알려주고 싶다. 매일 매일을 첫날처럼 사는 사람들에게 무슨 전쟁 같은 말이 입에 오를까보냐.

오늘 당신은 이 지구별에 막 도착한 우주인 같은 눈으로 세상을 보아야 한다. 우리는 이 별에 누구를 미워하고 싸우러 온 사람이 아니다. 여기 사랑과 평화가 가득 차 있는 평창에서 세계가 하나라는 것을 깨달았으면 한다. 오늘은 당신의 첫날이다.

문틈 시인 newstoktok@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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