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는 뿌리였을 뿐 꽃처럼 화려함을 자랑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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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8.14(화)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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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는 뿌리였을 뿐 꽃처럼 화려함을 자랑하지 않는다
  • 입력 : 2018. 02.10(토) 14:37
  • 정인서 광주 서구문화원장

광주를 말한다는 것이 좀 쑥스럽다. 광주에서 살아온 세월이 벌써 40년이다. 광주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살면서 인연을 맺은 새로운 고향이 되었다. 그렇게 산 세월만큼 광주가 땅도 넓어지고 사람도 많아지고 건물들이며 아파트도 많이 들어섰다.

고향이라면 어느 정도 속속들이 알아야 하는 데 40년을 살았는데도 광주의 구석구석을 잘 모른다. 어느 때는 차를 타고 가다가도 생경스러운 길에 가끔 놀랄 때가 있다. “어디로 가야 하지!”하며 말이다.

광주가 제법 큰 도시이기 때문에 겪는 일이라 생각한다. 다행히 감각적으로 방향을 찾아 좀 헤매다 보면 아는 길이 불쑥 나타나 안도의 한숨을 쉰 적이 있다.

나는 광주를 사랑한다. 역사적으로 대한민국의 존립을 지켜온 사상적 뿌리가 있고 대한민국이 어려울 때 혼연일체가 되어 분연히 일어선 의로움의 고장이기 때문이다. 눈앞의 이익보다는 민중의 생명을 먼저 생각한 영혼들이 광주에 있다.

몇 사람을 꼽으란다면 고려 시대의 정지 장군을 비롯하여 임진왜란 때의 고경명 장군, 김덕령 장군, 김세근 장군 그리고 한말과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죽봉 김태원 장군과 양진여 양상기 부자의 희생도 빼놓을 수 없다. 광주학생독립운동과 3.1만세운동, 4.19의거, 그리고 근대사의 민중운동인 5.18항쟁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이들이 자신의 생명보다는 나라와 민중의 삶을 생각했다. 광주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뿌리가 되었다. 광주는 뿌리였을 뿐 꽃처럼 화려함을 자랑하지 않는다.

아쉬움도 있다. 이런 광주가 정작 광주 자신을 위해서는 별반 해놓은 게 없다는 점이다. 역사적으로 독립운동 유공자들의 삶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어려운 환경에 살아가듯이 광주도 그러한 모습을 닮아 있다.

오늘의 대한민국이 오기까지 비켜나 있던 세력들은 잘 살고 있고 권력을 갖고 있으면서 그들의 부를 축적하고 있다고 말한다면 과함이 있을까. 그들은 대한민국의 오늘이 있기까지 버팀목이 되어준 광주를 존경하기나 할까. 그런 세력들이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써오면서 광주에게 무엇을 해주었을까.

그들을 탓하기보다 광주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광주는 고난의 시기에는 똘똘 힘을 모아 나라를 지켜왔으면서 평화의 시기에는 광주 자신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고 말이다.

광주에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 광주를 만들고 광주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데는 많은 사람들의 힘과 의견이 모아져야 한다. 이 힘과 의견은 정치적으로 행정적으로 풀어나가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면 현실이다.

사실 필자는 정치인이나 행정가를 잘 믿지 않는다. 그들은 우리에게 내놓은 약속을 잘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 시민을 위한 정치나 행정을 잘 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들의 권력을 지키고 이익을 위해 일한다고 생각한다. 이게 비단 필자만의 생각은 아니라고 믿는다.

솔직히 정치인이나 행정가들이 정말로 시민을 위해 일을 하던가. 시민의 목소리에 얼마나 귀를 잘 기울이며 지역과 주민의 행복을 위해 일을 하던가. 겉으로는 그렇게 한다고 포장하고 있지만 상당 부분은 이해관계자나 로비를 받은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이는 경우가 많다. 물론 조금은 공통의 지역 이익을 위해 생색내는 경우도 있으리라.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이러한 행동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들 앞에서 말을 하지 않는다. 때로는 일부 이익을 좇는 사람들이 그들의 세력에 힘을 기대어 무언가 얻어내려고 앞에서 ‘기쁨조’가 되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을 탓하려는 게 아니다. 현실에서 그들이 의사결정의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여론에 밀려 마지못해 시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경우는 있어도 자발적으로 지역발전을 위해 의사결정하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광주도시철도 2호선이나 어등산 개발과 같은 굵직한 것은 물론 사소한 것들까지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정치적 행정적 결정들이 그렇다.

또다시 선거철이 다가온다. 그들의 지켜지지 않는 약속에 우리가 얼마나 속아줘야 할까. 광주의 미래를 위해 큰 그림을 그리는 정치인이나 행정가는 정녕 우리 주위에 없는 것일까.

/광주 서구문화원장

정인서 광주 서구문화원장 jis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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