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대,'3분 소명' 후 교수 임용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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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대,'3분 소명' 후 교수 임용취소
  • 입력 : 2018. 02.28(수) 16:08
  • 정인서 기자

한 사람을 채용하고 해고에 이르기까지는 수많은 과정이 있다. 이 절차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는 실제로 그 자리에서 일을 맡아본 사람만이 안다. 흔히 ‘인사는 만사’라고 말한다. 수많은 일 가운데 중요하다는 뜻일 게다.

사람을 채용하거나 해고를 하는 것은 그 사람의 역량을 잘 판단하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 해고의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해고에 합당할만한 충분한 사유가 존재해야 한다. 또 사유가 있더라도 충분한 소명 기회를 주고 미처 파악하지 못한 내용들을 청취해야 한다.

3년 반 동안 교수직을 충실히 수행해온 사람을 임용 취소하기 위해 소명을 듣는 시간이 불과 3분이었다. 그리고 임용 취소 결정을 내렸다. 이런 상황이라면 여러분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겠는가. 임용 취소 문제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며 신중해야 한다.

조선대학교 임시이사회는 임용 취소 대상자에게 의견청취를 한다며 오전 10시에 참석하라고 했다. 그리고는 오후 2시 40분까지 계속 대기시킨 뒤 박관석 이사장이 ‘소명시간 3분’이라고 말한 뒤 시간을 쟀다고 한다.

임용 취소 대상자인 김 모 교수는 600여 쪽에 달한 소명자료를 들고 갔지만 자료는 들춰보지도 않았다. 김 모 교수는 3분 안에 원론적인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법원의 판결로 이전 2기 이사회에서 자신을 채용했고 그동안 투서 등이 있을 때마다 자료를 제출하고 소명을 한 바 있다는 것이다.

소송대리인인 변호사는 아침부터 함께 했지만 이사회가 시간을 끄는 바람에 오후 법원 변론으로 인해 2시에 자리를 떠났다. 이사들도 2명이나 개인 일정으로 자리를 떴다. 남은 6명의 이사가 결정을 내렸다. 구체적인 그간의 정황은 모른 채….

김 모 교수의 사건은 2013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군사학과 교수로 교수공채 지원서를 제출하고 4단계의 채용절차를 거쳐 최종합격자로 통보받았다. 이사회 의결을 앞두고 누군가 익명의 투서로 논문표절을 주장했고 이로 인해 1년여 동안 공방, 소명, 논문심사, 재판을 거쳐 결국 교수로 임용되었다.

김 모 교수가 처음 합격자로 발표된 2013년 8월부터 무려 1년 1개월이 지난 2014년 9월 25일 이사회에서 군사학과 교수로 임용 결정한 것이다.

이 과정에 김 모 교수의 임용 관련 제출논문이 표절되었다며 신문방송학과와 정치외교학과 5명의 교수가 공동으로 논문검증 공문을 대학 측에 제출했다. 자기 학과의 일이 아닌데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이런 정도라면 충분히 그 배경에 의도가 엿보인다.

대학 측은 ‘논문 조작 민원에 대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상호․피표절문은 원본과 달리 변형이 이루어졌음”이라고 밝혀 5명의 교수가 제출한 김 모 교수의 논문검증이 잘못되었다고 했다.

위원회가 ‘변형’이라고 밝힌 부분의 의견을 보면 김 모 교수 논문과 상당 부분이 일치하지 않거나 논문에 분명하게 명기된 각주를 누락시켜 ‘중복게재와 출처 및 인용표시 없는 표절’로 변형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5명의 교수가 받아들이지 않자 조선대는 다시 김 모 교수의 논문 표절여부 심사를 외부 학회에 8백여만원을 들여 위탁했다. 조선대의 연구윤리 판정을 의뢰받은 한국국제정치학회는 채용대상 논문인 논문 3편에 대해 타인표절과 자기표절이 없다는 최종 결론을 내렸고, 비교논문으로 추가 제시된 평화학연구는 타인표절은 없으나 자기표절은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재판부도 이같은 결과를 받아들여 2014년 8월 김 모 교수의 논문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시하고 그의 임용절차를 이행하라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9월 25일 김 모 교수는 임용 결정이 되어 지금까지 군사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김 모 교수는 3월 1일자로 재임용 대상자이다. 재임용과 관련된 요건을 충분하게 갖췄기 때문에 이것은 문제가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어떻게든 김 모 교수를 ‘제거’하기 위해 이사회가 내놓은 카드가 바로 임용취소 건이었다.

김 모 교수의 변호사가 이사회의 중간에 퇴장한 한 이사에게 물었더니 김 모 교수 건은 먼저 재임용을 하고, 임용취소 건은 이날 의견청취만 한 뒤 차기 이사회에서 논의키로 했다고 전해 들었다. 그러나 이날 2명의 이사가 퇴장한 뒤에 임용취소 건으로 상정된 약대 교수 2명과 함께 임용 취소 결정이 내려졌다.

일부 이사가 말하길 “누구는 임용취소 시키고, 김 모 교수를 보류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하여 “어차피 교육부 소청심사위로 갈 거니까, 김 모 교수도 포함하여 모두 임용취소 시키기로 하자”고 했다는 것이다.

김 모 교수의 임용취소에 이르기까지 이사장의 결정에 있어 관련 서류들을 얼마나 검토했을 지 의구심이 든다. 조선대의 진상조사위도, 한국국제정치학회도, 법원도 아무 문제없다는 논문을 조선대 이사회는 연구윤리 위반이라며 임용취소 결정을 내렸다.

이 일은 박관석 이사장의 인맥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김 모 교수를 반대해 논문검증 변형 판정을 받은 5명의 교수 중 한 명은 이사장의 친구로 알려졌다. 이들 5명의 교수는 현 총장 선거 때 선거활동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고, 또한 현 총장은 이사장의 동문 선배라는 점이다.

전 이사회와 전 총장 시절에는 김 모 교수를 ‘제거’하지 못한 이들이 현 총장이 들어선 뒤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이사장이 법인 사무처장을 강등 발령 낸 후에 ‘성공’을 한 것으로 보인다.

김 모 교수는 곧바로 법원에 임용취소 가처분 소송을 낼 것으로 알려졌다.

정인서 기자 jisnews@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