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톡톡뉴스]임가희 기자=아귀는 예부터 천대받던 물고기다.

넓고 납작한 몸에 큰 머리, 앞으로 툭 튀어 나온 데다 가 가로로 길게 찢어진 입, 거무튀튀한 피부 등 흡사 그 모습이 괴물을 연상 시킬 만큼 흉측하기 때문.

생긴 꼴이 그러하니 어부들이 아귀를 좋게 볼 리 없었다.

어부들은 아귀가 잡히면 ‘재수 없다’ 여기며 곧장 물속으로 던져버렸고, 떨어질 때 텀벙 소리가 난다 하여 물텀벙이라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푸대접 받던 아귀는 마산에서 장어국을 팔던 할머니에 의해 오늘날 아귀찜으로 탄생, 이후 찜과 탕으로 식탁에 오르며 갑작스런 신분상승을 누리게 됐다.

사실 아귀는 버릴 것이 없으며 영양 만점인 생선이다.

껍질에 함유된 콜라겐 성분은 여성들 피부미용에 좋고, 속살에는 DHA, 비타민 A와 E 등이 풍부해 성장 발육과 두뇌발달에도 으뜸. 또 혈액순환을 좋게 하며 혈압을 낮춰준다.

요즘처럼 일교차 심한 가을 날씨로 인해 몸도 마음도 울상이라면, 볼품없어도 맛과 영양은 일품인 아귀찜을 추천해본다.
/편집자 주

/사진=박찬 기자

전남 나주를 대표하는 음식은 배, 곰탕, 홍어가 손꼽힌다. 그런데 마산의 명물 아구찜이 본 고장을 떠나 머나먼 나주에 정착했다. 14년 동안 같은 자리에서 한결같은 맛으로 나주 시민은 물론 외지사람들까지 유혹한다는데~. ‘아구찜은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하는 당신의 편견을 깨줄 맛집 ‘영산강 아구1번지’를 소개한다.

영산포 다리 따라 ‘남도의 젖줄’을 감상하는 사이 도착한 곳은 영산포 공용터미널 뒤편의 한적한 도로변. 보건소, 아파트 등 몇몇 건물이 너른 들판과 조화를 이뤄 시골 정취를 물씬 풍기는 가운데 평범한 가정집 같은 식당 한 채가 눈에 들어온다.

‘남도음식명가 지정업소’라는 문구가 써 있지 않았다면, 어디를 봐도 특별할 것 없는 이 식당의 비밀은 무엇일까.

/사진=박찬 기자

궁금증을 안고 들어가 보니 깨끗한 내부와 주인장(윤옥선·68)이 반갑게 맞이한다.

볼테기찜, 볼테기탕, 황태찜 등이 있지만 이 집의 대표메뉴는 뭐니뭐니해도 아구찜. 주인장 성격을 엿볼 수 있는 정갈한 반찬과 함께 아구찜 한 상 차려지니 군침이 절로 돈다.

아삭아삭한 콩나물과 향긋한 미나리, 쫄깃쫄깃 아구살은 한 시도 젓가락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아구살에 잘 익은 묵은 김치 하나 올려 먹으니 그야말로 별미다. 금새 바닥난 아구찜에 양이 차지 않는다고 불평은 금물! 남은 양념에 고소한 참기름, 김가루 뿌려 만든 비빔밥까지 먹고 나니 포만감 그득하다.

이 집의 걸쭉한 양념 소스는 맵거나 짜지 않고 삼삼하다. 자극적인 맛에 익숙해져 있다면, 심심할 수도 있지만 미묘하게 느껴지는 향긋함과 담백한 식감이 만족감을 안겨줄 것이다. 더구나 먹고 난 후 입 안은 텁텁함 없이 깔끔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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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도 안 가르쳐줄 것 같은 양념 소스의 비법을 묻자 윤옥선 씨는 “마늘, 생강, 육수 정도가 들어간다. 아구로 육수를 쓰지는 않는다. 아구 육수를 쓰면 텁텁할 것 같아서…”라며 수줍은 미소를 지어 보인다.

또한 윤옥선 씨는 “지인의 시골에서 정성스럽게 빻아 말린 태양초를 사용한다. 1년 사용할 양을 한꺼번에 구입해두고 쓴다”며 “아구나 다른 식재료 역시 한 곳에서 오랫동안 거래하고 있다. 콩나물도 직접 재배하진 않지만 계속 한 집에서만 산다. 이거 쓰다가 저걸 쓰면 음식 맛이 달라진다”고 변치 않는 맛을 유지하는 비법을 넌지시 일러준다.

윤옥선 씨가 말하는 가장 중요한 맛의 비법은 정성이다. 윤옥선 씨는 믿음을 전달한다는 철학으로 매일같이 밑반찬을 직접 만들고, 아구찜에 빠지면 섭섭한 콩나물은 아삭아삭한 식감을 유지하기 위해 시간을 재서 삶는다. 아구는 4미에서 5미 정도를 고르는데 보통 그 정도 크기의 아구가 삶은 뒤 풀어지지 않고 육질이 단단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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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예천이 고향인 윤옥선 씨는 서울에서 의류사업을 크게 벌렸지만, 나이가 들면서 쉬고싶다는 생각에 남편의 고향인 나주로 내려오게 됐다. 당시만 해도 허허벌판 논이었던 자리에서, 농사짓던 땅을 매입해 건물을 지었는데 아는 사람도 없고 문화생활도 즐기지 못해 3년간 적응을 못했다”는 윤옥선 씨. 그녀는 지인의 권유로 아구찜과 인연을 맺었다.

‘영산강 아구1번지’의 정식 영업시간은 11시부터 9시까지지만, 윤옥선 씨는 새벽 6시부터 준비에 나선다. 마무리를 하고 나면 보통 11시가 넘는 시간인데, 윤옥선 씨는 이제 나이가 들어 힘들다면서도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고픈 욕심을 내비친다.

“복 요리를 해보고 싶어요. 나이 먹었어도 정신 줄 놓지 말고 계속 해야죠”라고 말하는 윤옥선 씨. 눈에 가득한 열정이 좋은 음식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