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톡톡뉴스]임가희 기자=틈틈이 쌓이는 피로에 찬바람 불기 시작하니, 몸은 허해지고 입맛도 떨어지는데 덩달아 쓸쓸해지지 않는가. 고기 홀릭이라면 이럴 때 고기 생각이 간절할 터.

요즘 대세인 치느님(치킨+하느님)과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삼겹살 등 다양한 고기들이 있지만 평소 자주 먹지 않는 한우 한 점 어떨런지? 주머니 사정 안된다고 너무 슬퍼 마시라. 직접 도축한 신선한 고기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는 ‘혈통 식육식당’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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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사진=박찬 기자

광주 동구 독립로 226번길 6번지, 광주일고 인근에 위치한 ‘혈통식육식당’을 처음 만난 느낌은 의아함이었다. 금남로 번화가 쪽에 있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막상 도착해보니 ‘이런 곳에 식당이?’라는 생각이 들만큼 의외의 장소에 터를 잡았다.

허름한 전기, 공업, 가구점 등의 건물에 거의 벗겨져 나간 간판들이 줄 지어 있는 곳. 마치 80~90년대 동네 골목을 연상시키는 빈티지한 곳에서 노오란 간판, 강렬한 이름을 가진 ‘혈통식육식당’은 단연 돋보였다.

소문 듣고 찾아가긴 했는데 아는 사람만 올 것 같은 이 식당은 과연 맛집이 맞을까? 설렘 반 호기심 반 들어가니 평범하지만 깔끔한 내부가 시선을 고정시킨다.

/이하 사진=박찬 기자

입 안 가득 퍼지는 고소함, 부드러운 육질

갈비살과 살치살을 주문하니 선지국, 단호박+감자 샐러드, 부추 샐러드, 야채, 허파전, 고구마, 쌈장, 마늘, 버섯 등이 상을 가득 채운다. 기본 찬을 음미하고 있는 사이 주인장 공형준 씨(33)가 반질반질한 한우를 상에 올린다.

소고기는 핏기만 가시면 먹는다 했던가? 불판에 올리기 무섭게 입으로 들어가는데, 부드러운 육질에 씹을수록 고소한 육즙이 흘러나오는 게 제법이다. 상추위에 고기 한 점, 절인 양파 넣어먹으니 상큼하고 담백한 맛도 일품이다.

이 집은 고기에 찍어먹을 수 있도록 굵은 소금에 깨를 섞어 제공한다. 다른 집과 달리 참기름장이 나오지 않는 이유를 물었더니 공형준 씨는 “참기름의 고소한 향이 소고기 본연의 고소한 맛을 방해한다”고 설명한다. 소금은 신안 염전에서 가져온 천일염을 구워서 사용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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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부터 식재료 관리는 철저히

‘혈통식육식당’은 1+와 1등급의 암소만을 사용하고 있다. 고기 등급에는 1++, 1+, 1, 2, 3 등외까지 6단계가 있는데, 단가를 맞추기 위해 1++은 사용하지 못한다고. 그렇지만 도축업계에 종사하며 고깃집까지 투잡(?)을 뛰고 있는 주인장이 매일 새벽 4시 도축장에 나가 직접 손질한 고기를 가져온다.

고기를 도축한 뒤에는 신선도 유지를 위해 즉시 진공 포장을 한다. 보통 그날 판매할 양만 가져오지만, 남게 되면 3일안에 판매하도록 하고 있다. 냉동 저장을 하지 않고, 못 쓰게 된 고기는 절대 팔지 않는다는데 주인장의 듬직한 풍채와 조근조근한 말투에서 자부심이 묻어나온다.

식재료 구입은 가까운 양동시장이나 각하시장에서 한다. 공형준씨 또는 아내가 직접 장을 보고, 깐깐하게 고른다. 요즘은 주 거래처가 생겼는데 알아서 좋은 물건을 챙겨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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궂은 일 마다않고 살아온 청춘

‘어떻게 젊은 나이에 도축 일을 하게 됐냐’는 물음을 던지니 공형준 씨는 대학 4년간 학비를 직접 벌었던만큼 이것저것 고생 안해 본 일이 없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 한다.

그러던 중 자연스럽게 도축일과 인연을 맺게 됐다고 한다. 이후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던 공형준 씨는 답답함을 느꼈고, 몇 년간 모은 돈으로 ‘혈통식육식당’을 차리게 됐다.

특이한 점이 한 가지 있었는데 바로 공형준 씨의 아내는 프랑스에서 9년간 양식을 공부했다는 것. 이 집의 기본 소스나 찬은 다 아내의 손을 거쳤다고 한다.

공형준 씨는 “난 기술만 있지 요리 세팅은 잘 모른다. 오픈할 때 아내에게 많이 의지를 했다”며 “나중에는 와이프 전공과 접목시켜 큰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게 꿈”이라고 밝혔다.

식당을 차린 뒤부터 더욱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없다는 공형준 씨. 유일한 취미는 자동차 동호회에서 서킷주행을 하는 것이란다. 그럼에도 공형준 씨는 점점 입소문 타고 늘어나는 손님들에 기쁨을 느끼며 “아직 고생 더 해봐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식당이름을 통해 소의 고집스러운 이미지를 전달하고 암소만 전문적으로 다룬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는 공형준 씨는 생각해보니 우직하고 성실한 소의 성품을 많이 닮았다.

/이하 사진=박찬 기자

<여기서 잠깐!>

‘혈통 식육식당’은 한우 전문점답게 생고기, 육회, 갈비살, 살치살, 안창살 등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근처 직장인들을 위해 불백, 김치찌개, 불고기 백반 등 점심 메뉴를 판매 중이며, 생고기 비빔밥, 냉면, 육회 냉면 같은 일반 식사류도 준비돼 있으니 다양하게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 수 있겠다.

/이하 사진=박찬 기자

<번외: 한우 상식>

동의보감에서는 한우가 소화기를 보호하고 토하거나 설사하는것을 멈추게 하며, 당뇨와 부종을 낫게 한다고 했다.

또 빈혈과 피로회복에 좋고, 칼슘, 철분이 풍부해 뼈를 튼튼하게 해주는 효능이 있다. 특히, 한우에는 면역력을 높혀주는 단백질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 단백질은 면역 글로블린이라는 성분의 원료다. 때문에 한우는 면역력 증강에도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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