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정권때 금지곡 ‘상록수’를 불러 박근혜 퇴진 촛불로 부활한 '양희은' 박병모 기자 newstoktok@daum.net |
2016년 11월 28일(월) 16:02 |
[광화문 촛불집회]
양희은 부른 아침이슬,행복의 나라로,상록수...
<동영상 출처=유튜브 캡처>
[톡톡뉴스=박병모 기자] 서울은 150만, 전국적으론 190만명이 촛불집회에 참여한 26일 서울 광화문, 이날 연단 위로 가수 양희은이 나타났다. 그리고 1970년대 금지곡이였던 ‘상록수’ 등을 불렀습니다. 촛불을 들고 무대를 바라보던 시민들이 힘껏 따라 부른 건 당연했다.
1970년대 박정희 정권 시절 봉제공장에 취직한 김민기가 동료 노동자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작사·작곡한 노래가 상록수다.
김민기는 1977년 5월 군에서 제대한 후 부평의 한 봉제공장에 취직하면서 그와 함께 일한 여공들의 고단한 삶을 가까이서 보게 된다. 원단에 쓰인 간단한 영어 단어조차 읽지 못해 애로를 겪는 여공들을 불러모아 새벽마다 공부를 가르쳤다.
그러면서 김민기는 노동자들의 합동결혼식을 주선하고 축가를 작사·작곡했다. 여공들에게는 친구 송창식이 만들어준 노래라고 둘러댔는데 그 노래가 바로 숱한 이들의 심금을 울리고 용기를 북돋운 ‘상록수’다. ‘상록수’는 양희은의 앨범 7집 ‘거치른 들판에 푸르른 솔잎처럼’으로 탄생한다. 하지만 공식 발매와 동시에 금지곡이 됐다.
하지만 군사독재에 항거하던 대학생들의 입으로, 노동자의 입으로, 민주투사들의 입으로, 수많은 민중의 입으로 불리면서 ‘상록수’는 푸르게, 더 푸르게 자라났다. 돌보는 사람도 하나 없는데, 비바람 맞고 눈보라 쳐도….
이렇게 어둠속에서 빛을 발하며 이어져 온 노래는 아이러니하게도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금지됐다가 그의 딸인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위한 촛불집회에 울려퍼졌다. 지난 2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5차 촛불집회에서 이 노래를 부른 양희은이 깜짝 출연했다.
이날 무대에 서기 위해 사설 경호원까지 동원해야 할 만큼 급박하게 돌아갔던 당시 백스토리가 공개돼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양희은은 이날 오후 6시부터 진행된 본행사에 오후 7시40분쯤 출연해 ‘아침이슬’과 ‘행복의 나라로’ ‘상록수’ 등을 열창했다.
당초 양희은은 이날 대구에서 공연이 예정돼 있었다. 오후 3시 공연에 들어간 양희은은 행사를 마친 뒤 ‘서울행 긴급 작전’에 돌입했다. 공연장 입구는 이미 박사모와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한 데 뒤엉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겨우 양측의 대치 상태를 뚫고 나온 양희은은 KTX를 타기 위해 동대구역까지 전철로 이동했다..
이렇게 해서 오후 4시51분발 KTX에 탑승하는 데 성공한 그는 서울역에 내린 뒤 사설 경호원까지 동원해 광화문까지 이동했다. 워낙 많은 인파가 밀집해 있다 보니 광화문광장 무대에 접근하는 게 결코 쉽지 않았고, 예정된 시간에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경호원들의 힘을 빌었다는 설명이다. 그 덕분에 양희은은 약속 시간 4분 전에 무대에 도착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그는 “아침이슬은 46년째, 상록수는 39년째, 그렇게 파란만장한 노래가 또 어디 있겠습니까? 라고 소감을 밝힌 뒤 상록수를 목 놓아 불렀다. 함께 모인 150만 명의 시민들도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고 목청껏 따라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