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뉴스 대표이사 △전 전남일보 편집국장

광주은행 간부인 A씨는 지난 6월 중국 출장길에 오른 광주시의회 B 의원에게 돈 봉투를 건넸다. 잘 다녀오시라는 인사와 함께 100만원이 들어 있었다. 이런 사실이 뒤늦게 터지자 시 의원은 관행차원에서 아무 생각 없이 받는 걸 가지고 침소봉대할 것 까지 있느냐고 반문한다.

시의원은 돈 봉투를 거리낌 없이 받았지만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광주은행의 시 금고 유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애써 해명한다. 으레껏 갑질을 해온 터라 당연한 것 아니냐는 얘기인 듯 싶다.
돈 봉투를 건넨 광주은행이나 받았던 시의원이나 소위, ‘좋은 게 좋은 것 아니냐’는 도덕불감증 속에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오롯이 자리하고 있다.

옛날과는 달리 금리 인하로 득 될게 별로 없다고 손사래 치지만 아무튼 시 금고 은행으로 선정되면 그 자체가 돈방석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시 금고를 둘러싼 유치전이 비단 광주은행뿐만 아니라 제2금고인 국민은행, 그리고 농협, 신한은행이 가세하면서 ‘총성 없는 경쟁’을 벌인 게 사실이다. 있는 끈 없는 끈, 모든 인맥을 들이대며 시금고와 관련된 고위공직자나 시의원들을 겨냥해 로비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도 그럴 것이 광주시의 금고 은행으로 지정되면 수조원에 달하는 정부 예산을 갖고 동시에 안정적인 대출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광주시 예산은 물론 기금 등을 관리하고 각종 세금 수납과 세출금 지급을 총괄할 수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시 공무원은 물론 산하기관단체, 민원인, 그리고 가족까지 자연스럽게 고객 확보 차원에서 유리하다. 브랜드 이미지도 높일 수 있다.
지역의 대표은행으로 꼽히면서 큰 프로젝트 사업에 0순위로 뛰어들 수 있다.

이쯤에서 이번 돈 봉투사건이 단순한 관행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싶은 것은 금고 선정을 좌지우지 할 '광주시 금고지정 및 운영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 심의를 하는 시의원에게 돈 봉투가 갔다는 대목이다.
광주은행은 엎친데 덮친 격으로 돈 봉투 사건이 먼저 터졌을 뿐이지 다른 은행들도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 것은 매한가지라고 강조하고 싶겠지만 광주은행은 자신들이 입버릇처럼 말해온 데로 향토은행이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시의원에게 돈 봉투를 건넨 A 지점장을 보직해임 했다. 정치권에서 흔히 쓰는 꼬리자르기를 전광석화처럼 한 셈이다.

하지만 광주은행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광주은행은 1969년부터 광주시 금고를 통째로 맡아왔다. 2012년 복수금고 체제 변환 후에도 ‘1금고’ 지위를 굳건히 유지해왔다. 전남도금고 역시 농협과 함께 광주은행이 여전히 금고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광주은행이 전북은행과 함께 JB금융지주회사로 넘어가면서 과연 과거처럼 향토은행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지 의문시된다. 비록 광주은행 인수과정에서 당시 상공회의소 회장과 일부 상공인들이 소극적인 리더십과 그릇된 판단,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지금의 광주은행으로 넘어갈 때부터 지역민들의 여론은 싸늘했다. 당연히 광주지역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마음도 멀어져갔다.
말하자면 무늬만 향토은행이라는 얘기가 적절한 표현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번 광주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의 조례개정 취지는 과거 광주은행에 ‘편중’됐거나 불합리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들을 합리적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그래서 가장 쟁점이 된 부문은 평가항목 및 배점기준에서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 실적(5점)’과 ‘시와의 협력사업’, 그리고 시민이용 편의성과 관련한 광주 관내 지점수를 전국 영업망까지 확대하는 것이다.

기실 광주은행의 행태는 기존의 영업 점포를 2·3층으로 옮기거나 줄이면서 “고객들의 편의를 외면한다”는 소리를 들어온 게 사실이었다.
향토은행으로서의 역할이 다소 미흡하다는 여론이 나돌면서 수성의 입장에 있는 광주은행으로서는 안심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었다.

광주은행으로서는 이런 불리한 형국을 되돌리기 위해 광주시의회 의원들을 직간접적으로 접촉할 수 밖에 없었고 그러다 보니 돌출변수로 돈 봉투 사건이 터지지 않았나 싶다.

        박병모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