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4(토)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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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것이 대선 자체가 두 후보 간 양강 구도로 치러진데다 호남민심이 승패를 가른다는 점에서다. 윤장현 광주시장을 두고 한 말이다.
광주 민심이 두 후보의 당락을 결정짓는 현 상황에서 윤 시장이 갖는 역할과 상징적 무게는 분명 있다. 윤 시장은 개인적으로 내년 지방선거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기에 그의 정치적 선택은 자신뿐만 아니라 대선 후 형성될 호남 정치지형에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유권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윤 시장의 당적은 더불어민주당이다. 하지만 광주시민들은 윤 시장을 ‘안철수’ 사람으로 여긴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지난 2014년 이맘때쯤인 5월 2일에 안철수 새정치연합 공동대표는 광주시장 후보로 윤장현 광주시장을 갑작스레 전략공천을 했다.
시민권을 박탈하고 민주적 절차의 정당성을 훼손했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당시 강운태‧이용섭 후보는 물론 광주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이 거셌다.
인지도가 낮고 행정경험이 없는 윤 시장을 전략공천해야 한다면서 지지선언을 한 이 지역 5명의 국회의원들은 ‘신 오적’이란 소리에 귀가 아프도록 시달렸다.
어찌됐든 윤 시장은 정당 차원에서 집중적인 지원을 하는 바람에 당선됐고 전국적인 이변을 낳았다. 당시 안철수는 시민 반발이 워낙 거센지라 광주를 내려오는데 주저주저 했고 오랜만에 선거지원에 나섰다가 차량 안에서 계란세례를 받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겨우 당선된 윤 시장과 안철수의 관계는 화제를 낳았다. 그때부터 ‘의리’라는 말이 늘 상 따라다녔고 그 앞에는 ‘인간적’이라는 수식어가 붙게 됐다.
이후 광주시민들은 안철수가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윤 시장을 바라보면서 ‘인간적 의리’로서 화답을 해야 하는 게 정치인으로서 마땅한 처신이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하지만 윤 시장은 고비 고비마다 어정쩡한 스탠스로 일관했고 그러다 보니 대선 후 곧바로 치러질 지방선거에서 이도저도 아닌 어줍잖은 신세로 전락할 위기에 있다.
안철수가 2015년 12월 13일 새정연을 탈당할 때도 그렇다. 문재인과 같은 당에서 대표를 지냈던 정치인들은 박영선 의원을 제외하곤 거의 대개가 탈당을 거쳐 헤어졌다.
손학규에서 박지원, 안철수, 김한길, 김종인이 문재인의 뺄셈정치에 못 이겨 현 상황에서처럼 등을 돌렸다는 얘기다.
필자는 당시 “안철수가 살길은 ‘새정연 탈당’뿐이다” 라는 제하의 칼럼을 쓴 뒤 이틀 후에 안철수가 탈당한바 있다.
<첨부:관련기사 http://www.gjnewstong.com/news/articleView.html?idxno=2737>
이어 첫 방문지로 광주를 방문하자 윤장현 시장에게 “정치도의상 안철수 따라 탈당하라”는 주문을 한 바 있다.
<첨부:관련기사 http://www.gjnewstong.com/news/articleView.html?idxno=2738>
하지만 윤 시장의 정치마인드는 자신이 말한 시민시장과는 달리 이미 놓여진 평탄한 길로 가다보니 새로운 길을 선택하고 개척하는 강단과 결기가 늘 부족했다.
시민운동가 출신다운 행동도 뒤따르지 않아 행정행위 때마다 제때 결정을 하지 못하는 바람에 답답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행정 능력에 후한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는 윤 시장이 다음 지방선거에서 재선을 노리려면 어차피 문재인이 당선되든, 안철수가 당선되는 간에 정당의 공천을 받아야 할 운명에 처해있다.
2014년에 강운태 시장 때처럼 윤 시장도 그런 꼴을 당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렇다고 윤 시장이 강 시장처럼 추진력을 갖고 무소속으로 출마할 정도의 통 큰 정치인은 아니지 않은가.
그런만큼 현 상황에서 윤 시장은 대선 후 정치지형과 자신의 능력, 그리고 시민여론, 조직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단을 해야할 때가 됐다.
이쯤에서 윤 시장이 간과해서는 안될게 있다면 문재인이 당선될 경우 호남에서는 정계 개편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더민주당이 호남을 장악한다고 볼 수 없다.
되레 반 문재인 정서가 강하게 나타날 수 도 있다.
과거 노무현 정부의 프레임에 빠져 전략적 선택이라는 미명 하에 호남표를 몰아준 뒤 역차별을 받았던 호남민의 생각이 과거와는 달라졌다는 데서다.
문재인을 에워싸고 있는 선거캠프는 호남에 대한 반 정서를 뼛속 깊이 지닌 사람들이 포진하고 있기에 호남인사를 등용할 때 박근혜 정부 때 보다는 몇 명 더 쓸 수 있겠지만 그 이상을 기대할 수가 없다.
총리를 호남사람으로 임명한다고 하지만 여소야대 상황에서는 호남출신 더민주 인사를 추천할 경우 소수당의 반대에 부딪혀 등용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국민의당 소속인 정치인을 쓸 경우 문재인의 핵심측근들의 반대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역으로 안철수가 당선될 경우 윤 시장은 국회의원 8명의 등살에 배겨날 수 가 없다.
호남당인 국민의당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국비를 확보하는데 애로를 느낄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광주시민의 삶의 질이 피폐해질 수밖에 없다.
이쯤에서 윤 시장은 자신이 재선에 성공하느냐 여부를 신중하고도 정확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 시장으로 있을 때야 공무원들이나 관변, 산하 기관단체들이 시장 재선을 위해 발벗고 나설 것처럼 부산을 떨지만 막상 선거전에 돌입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하는게 공무원의 습성이다.
이들 공무원들을 활용해 관권선거를 하려한다면 시민적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
특히 윤 시장의 시장 재출마에 대해 시민여론은 그리 달갑지 않고 회의적인 반응이다.
그렇다면 윤 시장이 재선에 성공하려면 자신이 소속된 더민주당의 경선을 거쳐야 하는데 문재인의 입장에서는 과거 안철수 사람인 윤 시장을 뭐가 예쁘다고 다시 공천한다는 말인가.
그 뒤에는 이미 더민주당으로 시장 출마를 노리는 사람들이 대거 포진해있다는 걸 뻔히 알지 않는가 말이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윤 시장이 양다리를 거치고 있는 만큼 양쪽 모두에게 버림을 받거나 왕따를 당할 수 있는 처지에 있다고 진단한다.
실제로 윤시장이 지방선거에 출마한다면 “인간적인 의리가 없다”는 선거 프레임에 휘말릴 경우 거기에서 헤어나지 못할 게 뻔하다.
광주시민들로서는 행정의 미숙함이나 정치적 시행착오에 대해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겠지만 인간적인 배신이나 의리에 대해서는 결코 용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윤 시장이 다음 지방선거에 승산이 없다면 이번 대선 판에서 정당 보다는 인간적인 의리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그리되면 지방선거에서 불씨를 살릴 수도 있다.
그러지 않을 경우 꿩도 매도 다 놓치는 소위, ‘인간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성공하지 못한 체 이도저도 아닌 초라한 시장’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
항상 결기 없이 편안 길로 가려는 윤 시장의 궤적이 안쓰럽다는 얘기다.
